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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이, 별일 많음/너, 또 뭐 하냐

갤러리오 캐롤라인 브레드헤드(Caroline Broadhead) 국내 첫 개인전, 존재와 부재를 꿰매다

비가 정말 세차게 쏟아지던 지난 금요일, 캐롤라인 브로드헤드의 주얼리 개인전을 다녀왔다.

평소에 비즈 주얼리는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관심도 별로 없었는데, 우연히 작품 사진을 보고 괜히 끌렸다.
큰 기대 없이 가볍게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고 결과적으로 꽤 감동받고 나왔다.

Strength in Numbers, 2016

 

 

Black Pearl Necklace - stretched

 

작가 캐롤라인 브로드헤드(Caroline Broadhead, 1950년생)는 영국 출신의 예술가다.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하고 브랜드를 운영하며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점점 섬유, 가구,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확장해왔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게 주얼리 맞아?’ 싶은 생각이 든다.
그냥 몸에 살짝 얹는 장신구라기보다는, 오히려 의상 같기도 하고 공간 설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건 머플러처럼 몸을 감싸고, 또 어떤 건 얼굴을 덮는 베일처럼 연출된다.
기존에 내가 생각하던 주얼리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났다.


“I was interested in the ambiguity between presence and absence.”
– Caroline Broadhead

 


작가는 ‘존재와 부재의 모호함’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
일반 비즈보다 훨씬 작고 다른 광택과 여러가지 색상의 비즈로, 실크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그걸 얇고 투명한 실로 하나하나 꿰고 엮고 연결해서 형태를 유지하는데, 가까이서 보면 아주 얇은 레이어들이 촘촘하게 쌓여 있어서 입체감과 깊이감이 느껴지고, 빛에 따라 색이 은은하게 겹쳐지는 게 진짜 멋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만져보면 작품이 정말 유연하다는 점.
말 그대로 ‘비즈로 만든 직물’ 같은 느낌인데, 실제로 착용하면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장식을 넘어서 ‘몸’이라는 매체를 빌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One Thing and Another, 2020


전시를 보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는 왜 무언가를 몸에 걸치고, 그게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는 걸까.
주얼리는 단지 아름다운 것을 넘어서, 나를 표현하는 다른 존재라는 걸 새삼 느꼈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간 전시였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날씨 덕분에 더 깊게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된 것 같기도 하고.

Strength in Numbers, 2016

 

Hollow

 

Pearl

 

http://carolinebroadhead.com

 

Caroline Broadhead

Pearl Skin

carolinebroadhead.com

 

 

 

압구정 갤러리오

 

 

http://www.galleryo.co.kr/exhibition/12

 

Gallery O

Gallery O is an art gallery in Seoul, South Korea that displays work from renowned international art jewelers.

www.galler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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